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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지식

한명회 인물됨과 일화

세조 때부터 성종 때까지 최강의 권력자로 군림했던 인물이지만

사극에서는 세조의 장량(장자방)이라는 말 때문인지 참모 스타일의 캐릭터로 이 무렵을 다룬 사극에서 비중있게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참모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보스형 정치가였다. 


훈구파의 영수로 정국을 이끌었고 그의 도움으로 재상이 된 인물도 많았으며, 

도량도 컸다는 평가를 당대에 들었고 또한 사재를 털어 성균관의 도서 보충에 도움을 줘서 당시 선비들이 "비범하다." 고 평하기도 했다.

보스 기질이 강했던 인물답게 통도 컸던 대인배 기질도 있었다.


야사에는 술자리에서 취한 나머지 세조의 팔을 꺾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른 신숙주를 도운 일화도 남아 있다. 

세조가 먼저 신숙주의 팔을 잡아 비튼 후에 "경도 따라해 보라"고 하자 신숙주가 정말로 세조의 팔을 비틀어 버린 것이다. 

어찌나 세게 비틀었는지 세조가 비명을 질렀는데, 

이때 동석하고 있던 세자(예종)가 심기가 뒤틀렸는지 신숙주를 쏘아보자 

세조는 예종에게 "나는 이러고 놀지만, 너는 이러고 놀지 마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실 신숙주는 아무래도 세종대왕 시절에 당한 적이 있어서.... 술에 취해도 조금만 깨면 책을 읽는 습관이 있었는데, 

연회가 끝나고 한명회가 신숙주의 하인에게 "오늘 들어가서 주인 드러누우면 꼭 옆에 있는 촛대를 전부 치우거라."라고 당부했다. 

신숙주는 버릇대로 자다 깨서 책을 읽기위해 불을 키려 했지만 촛대를 찾을 수 없었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도로 누워서 자야 했다. 

그런데 실은 그때 세조가 신숙주가 정말 취해서 벌인 행패였는지를 확인하려고 신숙주의 집에 내시를 보낸 상태였다. 

만일 그가 깨어서 책을 읽고 있었다면 내시는 신숙주가 술 안 취하고 멀쩡히 깨어서 책 보고 있더라고 보고를 올렸을 것이고, 

의심 많은 세조는 "이놈이 제정신으로 취한 척을 해 나를 능멸하였나" 라며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명회의 기지 덕에 신숙주가 술에 취해 자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갔고, 그제야 세조는 "숙주가 그렇게 취했으니 그랬겠지." 라며 넘어갔다고 한다.

다만 소문쇄록이라는 책에서는 단순히 한명회가 하인을 시켜 신숙주에게 빨리 자라고 전해줬다는 시시한 이야기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백수 시절부터의 친구인 권람이 미녀였던 젊은 여종과 검열삭제를 하고 싶었으나, 

아내 눈치 보느라고 어쩌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를 안 한명회가 

권람에게 상사병을 앓는 것처럼 하라고 한 후 회화나무 꽃을 삶은 물을 권람에게 줘서 

"이걸 온몸에 바르고 황달 걸린 것처럼 해."라고 했다. 그리고는 권람의 부인에게 우는 척하면서

"아이고. 부인께서 계집 하나를 아껴서 내 친구 죽게 생겼다!"라고 통곡하는 연기를 하자 

권람의 부인은 길일을 택해 그 여종을 권람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 다음날 한명회가 권람을 찾아가니 권람이 "대사는 이미 이루어졌다!"라고 하자 두 사람이 껄껄 웃었다는 야사도 남아 있다.

이 일화는 MBC의 조선왕조 500년과 KBS 사극 한명회에서도 다루었다. 권람의 코믹한 꾀병 씬이 꽤 압권.


어째 권람 부인이 져 어쨌든 야사에는 한명회의 꾀나 지혜와 관련한 일화가 많이 남아 있다. 

사극 등지에서 꾀 많은 책략가처럼 묘사되는 것은 이런 면모 때문인 듯하다.


자리에서 물러날 당시에도 자신의 정적쯤 되는 사림파의 한 사람에게 '자네는 너무 강직한 것이 문제이니 조금은 숙일 줄도 알아야 한다.'라고 진지하게 충고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 예언이 맞은 건지 그 충고를 받았던 사람은 결국 사화에 휘말려 희생되었다고 전해진다..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성종에게 한 유언은 꽤 명언. 이 말은 실록[16]에도 기록되어 있으며 이 말을 마치고 죽었다고 한다.


"처음에 부지런하지만 나중으로 갈수록 게을러지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는 나중을 삼가기를 항상 처음처럼 하십시오."



한명회의 묘는 충청남도 천안시에 있는데 묘역 밑에 그의 사당인 '충모사'가 있다. 경부고속도로가 묘역 바로 앞을 지나가고 있어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모르는 사이에 지나치게 되는 셈. 서울에서 부산 갈 때 천안휴게소에서 차로 5분정도 지나면 좌측에 큰 무덤이 2개가 있다. 앞의 것이 한명회 부인 묘소이고 뒤의 것이 한명회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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