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헷갈리는 용어가 있습니다.
슬라브, 슬리브.
발음이 비슷합니다.
한 글자 차이입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겁니다.
처음 현장에 들어갔을 때 이 두 단어가 섞여서 들렸습니다.
"슬라브에 슬리브 박아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몰랐습니다.
정확히 구분이 안 됐습니다.
맥락으로 대충 넘어갔습니다.
그게 나중에 문제가 됐습니다.
슬라브는 구조물입니다
슬라브(Slab)는 건축물의 바닥이자 천장을 이루는 철근 콘크리트 판입니다.
윗집 입장에서는 바닥입니다. 아랫집 입장에서는 천장입니다.
같은 콘크리트 판인데, 어느 층에서 보느냐에 따라 역할이 달라집니다.
건물이 올라가면서 층마다 이 판이 생깁니다.
기둥과 벽체가 하중을 받고, 슬라브가 그 위에 올라앉는 구조입니다.
철근을 배근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해서 만듭니다.
이게 한 층의 마감이자 다음 층의 시작점이 됩니다.
통신 공종 입장에서 슬라브는 배관을 넣어야 하는 대상입니다.
타설 전에 배관을 미리 넣지 않으면 나중에 뜯어내거나 노출로 가야 합니다.
건축 타설 일정이 곧 통신 배관 완료 기준이 됩니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그 층 배관은 처음부터 꼬입니다.
한 번 타설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슬라브 일정은 무조건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슬리브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슬리브(Sleeve)는 현장에서 두 가지 의미로 쓰입니다.
어느 공종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첫 번째는 전기·통신에서 쓰는 슬리브입니다.
전선과 전선을 이어줄 때 쓰는 압착 단자입니다.
두 전선을 겹치거나 맞댄 뒤, 금속 관을 씌우고 압착기로 눌러서 연결합니다.
단순히 꼬아서 연결하는 것보다 접촉 저항이 적고 빠짐 위험이 없습니다.
종단 슬리브, 직선 슬리브 이런 식으로 구분해서 부릅니다.
전선 굵기에 맞는 규격을 써야 하고, 압착 후 절연 마감까지 해야 완성입니다.
마감이 빠지면 검측에서 바로 지적됩니다.
작은 부분이지만 놓치면 안 됩니다.
두 번째는 건축 시공에서 쓰는 슬리브입니다.
배관이 슬라브를 관통할 수 있도록 미리 구멍을 만들어두는 겁니다.
콘크리트를 타설하기 전에 배관이 지나갈 자리에 관을 미리 박아둡니다.
그 관 자리에는 콘크리트가 채워지지 않습니다.
타설이 끝나면 그 자리에 구멍이 남고, 배관이 그 구멍을 통과합니다.
이걸 미리 안 잡으면 나중에 코어 작업을 해야 합니다.
콘크리트를 드릴로 뚫는 겁니다.
구조물에 무리가 가고, 비용도 추가되고, 공기도 늘어납니다.
감리에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나중에 수정하려면 절차도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타설 전에 반드시 슬리브를 심어두는 겁니다.
위치가 틀려도 문제입니다.
도면에서 지정한 자리에 정확하게 박아야 합니다.


"슬라브에 슬리브 박아라"는 이 말이었습니다
이제 그 말이 이해됩니다.
콘크리트 바닥판, 즉 슬라브에 타설하기 전에 배관이 지나갈 슬리브를 미리 매립해두라는 뜻입니다.
한 문장 안에 구조물 이름과 시공 부재 이름이 같이 들어간 겁니다.
처음엔 같은 말처럼 들렸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발음이 거의 같으니까요.
현장 언어는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비슷하게 들리는데 전혀 다른 것들.
맥락으로 이해하는 게 빠를 때도 있지만, 정확히 알고 있어야 실수가 없습니다.
모르고 넘어가면 어디선가 반드시 걸립니다.
전기·통신 슬리브는 규격을 봐야 합니다
전선 압착용 슬리브는 전선 굵기에 맞는 규격을 써야 합니다.
굵기가 안 맞으면 압착이 제대로 안 되고, 접속부에서 열이 납니다.
소선수와 단면적(sq)을 확인하고 맞는 슬리브를 선택해야 합니다.
압착 횟수도 중요합니다.
슬리브 종류마다 요구하는 압착 횟수가 다릅니다.
횟수가 부족하면 압착이 덜 된 채로 마감되고, 나중에 접속 불량으로 이어집니다.
한 번만 눌러도 되는 경우가 있고, 지정된 횟수만큼 눌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압착 후에는 절연 캡이나 절연 테이프로 마감합니다.
이 마감 하나가 빠져도 검측에서 지적됩니다.
소모품이라고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정확한 규격, 정확한 압착, 정확한 마감.
이 세 가지가 슬리브 시공의 기준입니다.
건축 슬리브는 위치와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슬리브를 언제 박느냐, 어디에 박느냐.
이 두 가지가 건축 슬리브 시공의 핵심입니다.
타설 전에 도면을 보고 위치를 먼저 확인합니다.
배관 경로와 슬리브 위치가 일치하는지 체크합니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잡으면 나중에 배관이 꺾이거나 막힙니다.
슬리브 크기도 맞아야 합니다.
배관 외경보다 여유 있게 잡아야 배관이 통과됩니다.
너무 작으면 배관이 안 들어가고, 너무 크면 마감 품질이 떨어집니다.
타설 후에 위치가 틀렸다는 걸 알면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코어 작업을 해야 하고, 승인 절차가 추가됩니다.
처음에 제대로 잡아두는 게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정리하면
슬라브는 건물의 바닥이자 천장을 이루는 콘크리트 구조판입니다.
슬리브는 전선 연결용 압착 단자이거나, 배관 관통을 위한 사전 매립 통로입니다.
발음이 비슷해서 헷갈리지만, 쓰임이 완전히 다릅니다.
같은 슬리브라는 단어도 어느 공종이냐에 따라 뜻이 달라집니다.
현장에서 처음 들었을 때 정확히 몰랐다면, 지금 알면 됩니다.
알고 나면 도면도, 지시도 훨씬 빠르게 읽힙니다.
용어 하나가 시공 한 공정을 좌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작은 차이처럼 보여도, 현장에서는 그게 결과의 차이가 됩니다.
비슷하게 헷갈렸던 용어 있으시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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