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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지식

삼풍백화점 붕괴 직후

붕괴 직후


붕괴 사고 직후 공중파 3사들의 뉴스 속보. 

당시엔 저렇게 큰 건물이 부실공사로 인해 그대로 무너졌다는건 생각도 못했고 

이 참사와 가장 비슷한 유형이었던 1993년에 발생한 청주 우암 상가 아파트 붕괴사고도 

부실공사가 근본 원인이긴 하지만 LP가스 폭발이 건물 붕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고 

삼풍 참사로부터 불과 2개월 전에는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와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참사도 발생했기에 

참사 직후 초기에만 해도 테러 혹은 가스 폭발로 인한 충격으로 건물이 붕괴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대세였다.


그러나 이는 곧 MBC의 김은혜 기자의 활약으로 부실공사로 인한 붕괴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곧 대한민국 전체가 분노했다. 

사실 와우 아파트 붕괴사고처럼 한국의 부실공사로 인한 폐단이 하루이틀의 문제도 아니었지만 

삼풍백화점은 그 정점을 보여준 사고였다.


▲ 백화점 붕괴 직후 소방관 및 기자들이 출동하여 촬영한 영상. 

붕괴 폭풍에 휘말린 주차 차량이 뒤집혔으며 가운데 유리창이 모두 터져나갔다.

오죽했으면 뉴스에서 직접적으로 지옥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반면 사고에 직접적으로 휘말리지 않은 지나가던 시민들은 

그냥 삼풍이 무너졌다는 투로 무덤덤히 말하고

의료진과 구조진 그리고 취재진들이 출동하기 전만 해도 

그냥 태연히 근처 마켓에서 쇼핑을 했다고 하는 목격담도 있다고 한다. 

피해 규모를 잘 몰랐고, 이 때까지만 해도 사망자가 수백명이 나오리라고는 예상도 못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당시 미국에서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 사건이 얼마 전에 일어났기에, 

붕괴 직후에는 북한의 폭탄테러라고 생각한 주민들도 많았으며,

저 큰 건물이 저절로 무너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실제 주민 경험담을 들어보면 사고 당시 현장에서 약 400m 떨어진 아파트 주민들은 

땅이 울리는 느낌에 지진이 난 것으로 착각하고 경비실에 연락을 했다고 한다.

백화점이 무너졌다고 하니 그저 '백화점 공사 현장에서 골재들이 무너졌나 보다'라며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사고 직후 강남소방서, 서초경찰서 등 관내 관공서의 전화는 시민들의 신고 전화가 폭주하면서 불통이 됐다. 

관공서 관계자는 물론 기자들조차 이 소식을 못 믿고 

건물에 금 정도 갔겠지 했으나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한 뒤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최병렬 서울특별시장과 이틀 전 지방선거로 당선된 조순 서울특별시장 당선인도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오죽하면 최병렬 시장은 한동안 너무 기가 막힌 듯 아무 말도 못 하다가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정말이지 황당한 상황이다. 

작년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다리가 무너지더니 이제는 대형 백화점까지 주저앉았으니 말이다. 

이건 뭐 강도7의 지진 수준을 뛰어 넘었으니..



그외에도 YTN의 취재로 당시 백화점 내부 또는 그 주변의 CCTV 사진으로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어둠 속 사고 현장에서 옷들을 훔쳐 유유히 달아나는 어느 여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었고

지금도 이 사진은 인터넷에서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상당히 오래된 보도 사진이지만 대형 참사가 난 뒤 잔해를 뒤지며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점에서 

소름끼친다는 반응이 많으며 짤방으로 가끔 쓰인다. 

현재도 이 사진의 범인인 여성이 이후 세간의 질타를 받고 자살 또는 잠적했다는 카더라도 있었다.

하지만 선명하긴 해도 애초에 옆모습만 찍은거라 

이 사람이 누군지도 불확실한데다 이 사건의 진위나 여인의 행방은 지금도 알 수 없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 

이외에도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 백화점 물건을 도둑질을 하는 사람이 제법 많아서 이를 개탄하는 기사나 사설도 쏟아졌다.



붕괴 후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은 공황 상태에 빠진 상태였고 

이런 참사에 대하여 사전에 마련된 대응 수칙도 없었기에 초기 대응 단계에서 사고 현장의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당시의 붕괴 현장을 찍은 CCTV나 취재 동영상들을 관찰하다 보면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이런 분위기를 틈타 붕괴 현장에서 무너지지 않은 B동의 슈퍼마켓 계산대를 털거나

A동의 무너진 잔해 더미 속을 파내며 희생자들의 소지품들을 뒤지며 

돈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 헤매는 추태를 보여 당대의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천하의 개쌍놈들.